한국 바둑의 두 전설, 조훈현과 이창호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선 대결로 바둑사에 길이 남는 승부를 펼쳤습니다. 이들은 총 15년 동안 공식 대국에서 수백 번 마주했으며,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사제 간 타이틀 대결을 이어갔습니다. 이 글에서는 두 사람의 공식 전적과 결승전 대국, 그리고 실제 바둑과 영화 ‘승부’에 재현된 명장면을 중심으로 정리합니다.
바둑용어 간단정리
용어 | 의미 설명 |
1국, 2국, … 5국 | 결승전에서 치르는 각 대국을 말합니다. 예: 5국은 다섯 번째 판 |
5번기 | 최대 5번까지 대국하며, 먼저 3승을 거두는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입니다 |
반집 승 | 바둑에서 가장 미세한 차이로 이기는 결과로, 0.5집 차이의 승부를 뜻합니다 |
기보 | 바둑에서 모든 수순을 기록한 대국의 흐름표입니다 |
조훈현 이창호 프로필
항목 | 내용 |
이름 | 조훈현 (曺薰鉉) |
생년월일 | 1953년 3월 10일 |
출생지 | 전라남도 영암군 |
입단 | 1962년 (만 9세, 세계 최연소 입단) |
주요 경력 | 한국 최초 9단, 전관왕 3회, 타이틀 162회, 제1회 응씨배 우승 |
별명 | 전신(戰神), 천하의 조훈현 |
특징 | 빠르고 화려한 기풍, 압도적인 승부 근성 |
항목 | 내용 |
이름 | 이창호 (李昌鎬) |
생년월일 | 1975년 7월 29일 |
출생지 | 전라북도 전주시 |
입단 | 1986년 (만 11세) |
주요 경력 | 세계대회 23회 우승(메이저 17회), 국내 타이틀 142회 |
별명 | 신산(神算), 반집의 사나이 |
특징 | 느리지만 정확한 운영, 계산 중심의 바둑 |
조훈현 vs 이창호 총 전적
두 사람은 공식 대국에서 총 314번 맞붙었으며, 이창호가 195승, 조훈현이 119승을 거두었습니다. 이창호의 승률은 약 62%입니다.
단순 수치만으로 보면 제자가 스승을 확실히 앞섰다고 볼 수 있으나, 그만큼 조훈현이 오랜 시간 동안 최정상에서 버틴 것도 놀라운 기록입니다.
타이틀 결승전
조훈현과 이창호는 타이틀 결승전에서도 자주 맞붙었습니다. 총 68번의 결승전 대결 중 이창호가 49번 우승하며 결승전 승률 72%를 기록했습니다.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조훈현이 무관으로 전락하고 이창호가 전성기를 맞이하는 전환점이 되기도 했습니다.
반집 승부에서도 강했던 제자 이창호
둘은 총 24번의 반집 승부를 펼쳤습니다. 그 중 이창호가 18번을 승리하여, 정확한 수읽기와 끝내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.
‘신산(神算)’이라는 별명은 이러한 놀라운 계산 능력에서 비롯되었습니다.
사제 첫 결승전: 조훈현의 완승
첫 번째 결승 대결은 1988년 12월 24일, 제28회 최고위전 1국이었습니다. 이창호는 당시 조훈현의 집에서 내제자로 생활한 지 5년째 되는 해였고, 그 대국에서 조훈현은 80수 만에 이창호를 불계승으로 꺾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.
마지막 결승전: 반집으로 끝난 15년의 역사
사제 간 마지막 타이틀 결승전은 2003년 12월 15일, 명인전 결승 5국이었습니다. 이창호는 이 경기에서 반집 차 승리를 거두며 우승했고, 이는 15년간 이어진 사제 대결의 마지막 대국이 되었습니다.
제29회 최고위전 결승 5국: 영화 승부의 명승부
가장 유명한 대결은 1989년 제29회 최고위전 결승 5국입니다.
이 대회는 결승 5번기 형식(3선승제)으로 진행되었으며, 이창호는 최종국인 5국에서 백을 잡고 반집 차로 조훈현을 꺾어 처음으로 스승의 타이틀을 빼앗았습니다. 이 대국은 단순한 승부가 아니라 스승과 제자의 기풍과 철학이 정면으로 충돌한 경기로 평가받습니다. 조훈현은 평소보다 두터운 바둑을, 이창호는 끝까지 싸우는 집요한 바둑을 두었습니다.
이 대국은 영화 ‘승부’에서 가장 사실적으로 재현된 명장면이기도 합니다. 바둑 자문을 통해 실제 기보 그대로 구성되었으며, 이창호와 조훈현의 당시 표정, 동작까지 세밀하게 복원되어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였습니다.
마무리: 전적 이상의 이야기
조훈현과 이창호의 전적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섭니다. 스승을 넘어서야만 했던 제자의 부담, 그리고 제자에게 밀리면서도 자신을 되찾은 스승의 내면이 이 승부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었습니다. 이창호는 숫자로는 앞섰지만, 조훈현은 끝내 재기에 성공하며 스스로를 다시 증명해냈습니다. 두 사람은 바둑이라는 예술 속에서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사제 대결을 만들어낸 전설적인 존재입니다.